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차은정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서나가선 붉은색 차량 앞으로 갔다. 차은정과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라고 생각하던 순간, 차량의 디자인과 마크를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페라리잖아. 집 한대를 끌고 다니는 여자라고…? “얼른 타세요.” 페라리 차 앞에서 얼어붙은 나에게 친절하게 차 문까지 열어준 차은정은 운...
화장실을 나오자, 사람들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차은정의 말대로 대표님과 몇 빼고는 2차에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회식 때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민 솔은, 오늘 그 정도까지 취하진 않았어도 비틀거리는 걸 보니 취기는 많이 오른 모양이다. “집에 갈 거죠?” 짐을 챙긴 내 옆에 선 민 솔은 작게 속삭이듯 말해왔다. “내일 출...
거울을 보며 세면대 거치 부분 위에 가방을 올려둔 차은정은 립스틱을 꺼내 들었다. “속은 괜찮아요?” “아…괜찮아요.” 내게 말을 건넨 후 립스틱을 바른 그녀는 세면대를 짚으며 고개를 돌려왔다. “신입사원 온다길래, 선배가 될 줄 알았을 텐데 들어온 사람이 대뜸 실장이 되어버려서 많이 놀랐죠?” “…아, 아뇨 그렇지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 내가 과장되...
탕비실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술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십 분은 족히 흘러있었다. 자리로 돌아가니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업무 중인 민 솔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조금 전 있었던 장면이 자꾸만 아른거려서, 표정 관리가 안 될까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평소라면 잘 다녀왔느냐 대화는 잘 나눈 거냐 물어보았을 텐데,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나지 ...
“…….” 손이 거두어진 민 솔은 차은정을 올려다보니 이윽고 몸을 돌렸다. “…차 팀장, 아니…차 실장이랑 뭔가 일이 있었나 보네.” “뜨거운 신입 환영이네요…” 민 솔이 별말을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자, 부서 사람들은 그제야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억지로 떠들어댔다. 눈치를 보는 사람들 사이로 정작 멱살이 끌어 잡혀 입고 있던 블라우스 셔츠 옷깃이...
미팅을 마치고 회사를 나섰을 땐, 당장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듯이 내리던 비가 어느 정도는 멎어있었다. 잠잠해진 빗줄기지만, 여전히 비는 많이 내리고 있어서 나와 민 솔은 빠르게 근처 전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창 퇴근 시간이라, 행인들에게 몇 번 우산이 치여대서 민 솔과 대화는커녕 나란히 걷기도 벅찼다. 부산스러운 사람들을 뚫고 겨우 도착한 전철역 입...
여름에서 막 초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인데, 늦여름일 때 오지 않은 비가 지금 몰려서 내리는지 아침부터 지독하게 비가 내렸다. 높은 층에 위치하는 회사였지만, 폭우가 내리면 습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온종일 제습기가 가동되는 소리를 들으며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지치는 오후 네 시. 이대로 회사 퇴근을 한다면 좋겠지만, 오늘은 옐로우 픽과 미팅이 잡혀 있어 ...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서 탔던 관람차는 십오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었는데, 민 솔과 탔던 관람차는 시간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졌다. 대화할 때도 그랬지만, 입을 맞추고 난 이후로는 시간 감각이 이상해진 것만 같았다. 키스를 했던 건 워크숍에서 취한 민 솔에게 당했던 때 이후에는 없었으니, 제대로 된 맨정신으로 입을 맞춘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민 솔이 스...
훅 멋대로 다가오고. 훅 멋대로 뒤로 빠지는 민 솔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짓궂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내 마음은 몰라준다는 듯 만족스럽게 빙긋 웃는 그녀의 웃음이 예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민 솔 쪽으로 손을 뻗고 말았다. “이슬 씨?” 내 손이 민 솔의 머리카락을 스쳤을 때, 민 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맑은 흑색의 두 눈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번...
바이킹을 타러 이동할 때까진, 상태가 괜찮아 보였던 민 솔은 바이킹 놀이기구 줄 앞에 서고 나서야 낯빛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비명이 왁왁 들려오는 공중의 배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민 솔은 내 옆구리를 꾹 눌렀다. "...왜 저런 고문을 돈을 내고 하는 거죠?" "고문이라뇨, 얼마나 짜릿한데요." "아니, 척 봐도 괴로워 보이는데요." "저기, 신나서 손 들고...
와락 구겨진 표정을 보니, 수락받기 쉽지 않아질 거 같았다. 놀이공원, 어쩌면 연인 혹은 친구들이 놀러 가기 좋은 장소일 테고 놀이 기구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런 곳이지만, 민 솔에겐 꺼릴만한 큰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역시 사람이 많은 것, 두 번째는 익스트림한 놀이기구는 꺼릴 것 같은 점,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시...
잡지를 보고 난 이후부터 심장이 쿵 떨어진 거 같았다. 차은정이 어째서 국내 잡지 표지 모델로 활동 중인 거지? 못 본 것을 본 사람처럼 숨이 헉 틀어막혔다. 민 솔도 봤을까? 봤다면 어쩌지… 그렇다면. "야, 한이슬 괜찮아? 너 왜 그래." 소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 어깨를 확 잡아끌었다. "...아, 아니야 그냥 조금." "뭐가 아니긴... 갑자기 상...
나는 낡고지친 백합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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